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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관영 봉투’엔 “경제투톱 돌려막기 재고를”…고언 담겼다 중앙일보

2018-11-09

[강민석 논설위원이 간다] 문 대통령, 5당 원내대표 회동 막전막후 “대통령님, 꼭 읽어봐 주시길.”    김관영, 청와대 떠나며 문대통령에7쪽짜리 문건 담긴 봉투 전달‘시장에 새로운 사인 줘야실용적 시장주의자 임명을 … ’여야정 12개 합의 숨은 주역김관영-한병도 라인서 물밑 조율회동 전 ‘합의문 초안’ 완성지난 5일 오후 1시40분께 청와대 백악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오찬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엷은 노랑봉투를 하나 건네면서 이처럼 말했다.   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들은 청와대의 여야정 협의와 오찬까지 도합 2시간40분의 격론 끝에 12개항의 국정현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냈다. 그런데 또 무슨 할 말이 남아있단 말인가….     문 대통령은, 말로는 “알겠습니다”라면서도 일일이 배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거추장스러웠던지 봉투를 조한기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게 넘겼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그 장면을 봤다. 그는 여의도 국회로 돌아가는 승용차 안에서 조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께 잊지 말고 봉투를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다행히도 조 실장의 말이 이랬다.   “대통령님께서 봉투를 달라고 하셔서, 이미 챙겨가셨습니다.”   그제서야 그는 안심했다. 과연 엷은 노란색 봉투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쪽으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윤소하 정의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한병도 정무수석,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①문 대통령에 건넨 봉투 안에는=김 원내대표가 봉투를 건네는 장면은 목격자들에 의해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회담 때 말씀 못 드린 내용”이라고만 말했을 뿐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측에 확인한 결과 봉투 안에는 A4용지 7쪽 분량 보고서 형식의 문건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제 투톱(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체할 경우 돌려막기를 하면 안 된다. 경제정책의 기조 변화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시장에 새로운 사인을 줘야 한다. 실용적 시장주의자를 임명해서 경제정책이 바뀌겠구나 하는 시그널을 주시라. 낙하산 인사를 줄이고, 탕평인사를 해야 한다. 청와대가 비대하니 힘을 빼고 내각에 힘을 실어주시라. 책임내각을 할 수 있게 청와대 참모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경제 투톱 돌려막기’의 예로는 ‘홍남기ㆍ김수현’을 적시했다고 한다.   항간의 소문처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경제부총리로,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정책실장으로 임명해선 안 된다는 얘기였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청와대 회동 때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배석해 있었기 때문에 김관영 원내대표가 인사와 관련한 말은 꺼내지 않았다"며 “문건형태로라도 전달해 문 대통령이 읽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문건을 읽어봤는지, 안 읽어봤는지는 알 수 없다. 문건을 읽었다 해도 김 원내대표의 건의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진지하게는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청와대 회동(첫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12개항의 합의를 도출한 뒤 주변에 크게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협상타결의 숨은 주역이 바로 김관영 원내대표다. 복수의 여야 관계자들에 따르면 11월5일 회동 이전 5일간 김관영 원내대표-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간에는 분주한 움직임이 있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 김관영 원내대표와 사전조율해 합의문 초안을 작성해 놓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②12개 합의 이끈 5일간의 물밑조율=김관영-한병도 라인에선 무슨 일을 했을까. 이들은 사전에 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정도를 넘어 아예 ‘합의문 초안’을 완성해놓았다. 그래서 실전(여야정협의체)에서는 문구를 조정하는 정도로 회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여야 인사들에게 파악한 구체적 물밑조율 과정이다.   ▶10월31일(수요일)=김관영-한병도 라인이 전화로 1차 밑그림 마련.   ▶11월 1일(목요일) 오전=김관영-한병도 회동. 바른미래당 및 한국당 입장을 상당히 반영한 합의문 가안(假案) 1차 완성.     ▶11월1일(목요일) 저녁=홍영표(더불어민주당)ㆍ김성태ㆍ김관영 세시간 ‘소맥’(소주+맥주 폭탄주) 회동.   세 원내대표는 KBS 시사프로그램(일요진단)을 함께 녹화한 뒤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소맥을 마심. 이른바 '허리띠 풀어놓고 편하게' 마시는 자리에서 속내를 터넣고 이번 여·야·정 협의체의 가장 큰 합의 중 하나인 탄력근로제(일주일 단위로 주 52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아니라 탄력적으로 조절) 확대에 합의.   ▶11월2일(금요일)=김관영-한병도 2차 회동. 전날 3당 원내대표 소맥회동 논의결과를 반영한 ‘수정안’ 마련.     이후 홍영표-김성태-김관영 원내대표가 다시 만나 수정안을 놓고 재조율. 당초 수정안까지는 구체적인 법안(소상공인ㆍ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입법의 경우 기초연금법ㆍ고용보험법 등, 규제완화의 경우 원격의료규제완화법안 등)도 명시. 하지만 김성태 원내대표가 “그건 너무 부담스럽다”고 반대해 법안명은 빠짐. 대신 탄력근로제 확대 등 11개항의 기본 틀은 유지.   ▶11월4일(일요일)=김관영-한병도, 전화와 카톡 등으로 최종 조율, 11개항의 ‘합의문 초안’ 완성. (합의문 초안은 11개항이었으나 회담 당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의 요구가 반영되며 12개항이 됨)       ▶11월5일(월요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 시작. 이날 문 대통령은 사전에 조율된 합의문 초안을 바로 꺼내 원내대표들에게 한부씩 나눠준 뒤 “얘기를 효율적으로 하자. 읽어보고 문제가 있으면 얘기하시라”면서 회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물밑조율을 통해 거의 완성된 합의문 초안을 놓고 검토를 시작했기 때문에 협상불발 같은 돌발상황은 일어나기 힘들었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합의 후속 논의를 위해 모인 김관영-홍영표-김성태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③물밑 대화 채널 없었다면=당초 11개 합의사항이 12개로 늘어난 것은 사전조율 과정에 끼지 못한 비교섭단체(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및 김관영 원내대표가 선거제도 개혁(선거제도 개편)을 추가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한 결과다.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면서 즉석에서 ‘선거연령 18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완강히 반대하자 문 대통령은 “그러면 선거연령인하를 ‘논의’한다로 하자”고 수위를 낮췄다. 이 대목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의 “대통령은 고단수”라는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만약 물밑대화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전임 박근혜 정부에선 대통령과 원내 대표들 간의 회동이 2016년5월13일 딱 한 번 있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의원에게 그때는 어떤 식으로 사전조율을 했는지 물어봤다. “사전조율? 그런 거 전혀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 의원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회담 하루 전 전화를 걸어왔길래 ‘나는 이러이러한 얘기를 하겠다’고 알려준 게 전부”라고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물론 당시에도 6개항의 ‘합의문’이 나오긴 했으나 야당은 뭘 요구했고, 대통령은 뭐라고 제안했다는 식으로, 각각 한 말을 병렬식으로 나열하는 데 불과했다. 유일한 합의가 회동을 정례화한다는 것이었는데, 그나마 지켜지지 않았다. 조율 없는 회담의 결과다.   반면 이번에는 달랐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같은 야권 입장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합의문 수위를 조절해줄 수 있는 입장이다. 그래서 이번에 한 수석이 먼저 조율을 요청했다고 한다. 둘은 서로 대화가 되는 사이다. 한 수석은 전북 익산, 김관영 원내대표는 전북 군산 출신인 데다 나이도 한 수석 51세(67년생), 김 원내대표 49세(69년생)로 비슷하다.      그런 김관영 원내대표가 여야정협의체의 마지막 순간에 비공개로 한 ‘고언’(苦言)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도 상투적인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의견만으로는 치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과연 문 대통령은 ‘경제 투톱 돌려막기는 안 된다’는 노란 봉투 속의 건의를 받아들일까.  문 대통령의 선택결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④다당제에서 제3당의 완충 역할=아무리 좋은 합의문도 후속 입법조치 등이 없으면 쓸모없는 휴짓조각일 뿐이다. 그래도 여야가 12개항의 합의에 도달한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다당제 구도에서 어떻게 협치가 가능한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우상호 의원은 "아마 양당 구도였다면 저런 정도의 합의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제3당이 완충 역할을 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관영 원내대표의 말이다. “제3당은 숙명적으로 (1,2당을) 중재하고,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일이 되게 해야 존재감이 있지, 협상이 깨져버리면 제3당은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 양당만 있으면 정치는 100% 하향 평준화 된다. 서로 상대방보다 '내가 조금만 덜 못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게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문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전'도 내포돼 있다. 내심 하고는 싶지만 노조가 반대하는 사안(탄력근로제, 광주형일자리)을 여당은 야당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합의문에 담았다. 야당 또한 독자적으로 추진했다간 당 내부 또는 지지층에게 욕먹을 내용(가령 아동수당법)을 여당의 손을 빌려 관철시켰다. 반발은 ‘대통령+5당 합의’의 무게로 돌파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차도지계’(借刀之計) 전략역시 다당제 구도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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