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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MT리포트> 태움피해 미국간 간호사 "주3일 근무, 연봉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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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 관 영 작성일18-03-20 11:00 조회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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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미련없다"…격무·폭력에 떠나는 나이팅게일
[간호사 떠난다, 한국을]①美 간호사 면허 응시 지난해만 1231명…4년만 약 2배 증가…태움에 삶 잿더미 살길 찾아 떠난다

[MT리포트] 태움피해 미국간 간호사 "주3일 근무, 연봉2배↑"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간호사들이 환자를 대할 때 윤리와 간호원칙을 담은 나이팅게일 선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불규칙한 교대, 심각한 감정노동,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과 같은 직장 괴롭힘 문화, 인력 부족에 따른 임신순번제…입사와 동시에 사직을 꿈꾼다.

10년 차 간호사 박모씨(32)는 지난해 미국 이민을 결심했다. 높은 근무 강도는 물론 간호사 조직의 괴롭힘 문화 '태움'을 더는 견딜 수 없어서다. 박씨는 신규 간호사 시절 선배에게 '머리에 똥 찼냐', '벽에 머리 박고 죽어라' 등 갖은 폭언을 들었다. 머리나 허벅지를 맞는 일도 일상이었다. 이제는 선배로서 또 누군가를 괴롭혀야 할 판이다. 업무와 이민 준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지만 박씨는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자 이를 악물고 공부 중이다.

과중한 업무와 경직된 조직문화에 지친 국내 간호사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19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간호사 면허 '엔클렉스'(NCLEX-RN) 응시자 수는 1231명으로 2013년 715명보다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이민 수속 기간이 짧아지면서 부담을 덜었다. 미국은 2013년 오바마 케어 실행으로 의료서비스 종사자가 부족해지면서 의료계통 이민 시장이 활황을 맞았다.

미국 간호사 취업이민 전문 컨설팅 회사 커리어랩 관계자는 "최근 이민 준비 기간이 1년 내로 짧아지면서 참고 일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많은 간호사들이 '한국에서 평생 간호사로 일할 생각을 하면 엄두가 안 난다'며 취업 이민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국내 간호사들이 해외 취업을 계획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중한 업무다. 대한간호협회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국내 병동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2016년 기준 19.5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일본 7명, 미국 5.4명, 캐나다·호주 4명과 비교하면 업무량이 3~5배 높은 셈이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마련됐지만 간호사 등 보건업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박씨도 매일 18명의 환자를 혼자 돌봤다. 밤 근무 때는 24명까지 책임졌다. 박씨는 "낮 근무 때는 퇴근 후 1시간 자고서 밤 12시까지, 저녁 근무 때는 퇴근 후 새벽 2시까지 공부했다"며 "잠은 물론 밥 먹고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했지만 태움에서 탈출할 생각만 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5년 차 간호사 엄모씨(32)는 1년 안에 미국으로 취업할 예정이다. 엄씨는 "하루 기본 10시간, 응급상황 발생 시 12시간 근무도 각오해야 한다"며 "근무지가 바뀔까봐 육아휴직도 제대로 못 쓰는 곳을 평생 직장으로 삼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많은 업무량에 더해 열악한 복지, 군기문화인 태움, 각종 성폭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간호사들을 해외로 내몬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해 실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 직장에서 태움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간호사는 응답자의 40.9%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18.9%는 직장 내에서 성추행·성희롱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환자(59.1%), 의사(21.9%), 환자의 보호자(5.9%) 순이었다.

반면 미국 등 해외에서는 간호사가 '전문 의료인'으로 대우받고 처우와 복지도 우리나라보다 좋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간호사 연봉은 평균 6만8450달러(한화 약 7300만원)로 한국 간호사 평균 연봉(3176만원)의 2배가 넘는다.

근무 형태도 한국은 보통 주 5일 3교대인데 비해 미국은 주 3일 2교대 근무로 이뤄진다.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지난해 발표한 '미국 최고 직업 100선'에서 간호사가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간호인력 부족은 국민의 건강권 위협과 직결된다. 여러 연구 논문에서 간호사 배치 수준이 낮을 수록 수술 환자의 사망률 및 폐렴 발생률이 높았다고 보고됐다. 특히 중환자실의 사망률이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주요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전망’ 연구결과에 따르면 향후 2030년에는 15만8000명의 간호사가 부족하다. 본격 시행된 치매국가책임제 등에 간호 인력이 투입돼야 하지만, 현 상태가 방치되면 간호인력 대란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국가 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점점 확산하는 간호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근무환경의 질을 높이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혜숙 청주대 간호학과 교수는 "인력이 부족하니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신규 간호사에게 간호사 한 명 몫을 요구하고, 이는 선배 간호사의 가혹한 채찍질로 이어진다"며 "병원 자체적으로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신규 간호사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숙 원광대 간호학과 교수는 "업무 강도와 업무량 등 간호사 근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탄력 근무제도 도입, 간호교육의 질이 전제된 간호대학 입학정원 확대 등 행정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병원은 간호사를 전문 인력으로 인정하고 근무환경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